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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P Special

[GERP Special] 유전자편집 기술 ‘비즈니스’와 이를 위한 ‘특허’_노영주(아이플레이)
2026-06-18

1. 서론

10년 전 CRISPR 기술을 특허로 처음 마주했다. 당시의 설렘과 감동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연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이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변리사로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진정한 원천특허를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에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르는 동안 운 좋게도 각양각색의 유전자 편집기술 보유 기업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CRISPR 기술을 접하며 관련 특허 업무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새삼 CRISPR 기술에 대한 특허 활동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고 있다. 기술이 단순명쾌한 만큼 경쟁기술 대비 차별성이나 독창성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몇몇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사방에 촘촘한 특허 그물을 쳐놓고 있다.

이 글은 10년간 유전자편집 기술 관련 특허를 다루며 축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유전자편집 기술 기반 기업의 비즈니스 구조와 그에 대응하는 특허 전략에 대한 개인적 고찰이다.

 


2. 유전자편집 산업의 비즈니스 구조

유전자편집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들과 사업모델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유형의 기업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취해야 하는 특허 전략 역시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플랫폼 기업이다

첫 번째 모델은 바이오 산업 전반에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원천 CRISPR (tool)을 개발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의 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자체 제품 생산이 아닌 라이선스 아웃(License-out)’이다. 대표적으로 Broad Institute, CVC, 툴젠, Sigma-Aldrich 등의 플레이어가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비즈니스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우 영리한 라이선싱 전략을 취한다. 특정 핵심 치료 분야에 대해서는 글로벌 빅파마와 독점적 라이선스(Exclusive License)’를 맺어 목돈을 확보하고, 그 외의 다양한 응용 분야에 대해서는 비독점 라이선스(Non-Exclusive License)’를 다발성으로 맺어 지속적인 로열티 수익 흐름을 창출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한 건의 좋은 특허가 아니라, 상대방이 반드시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게 만드는 권리의 다층성 및 그물구조의 IP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치료제 기업이다

두 번째 모델은 유전자편집 기술을 '최종 제품'으로 사업화하는 기업이다.

우선 세포치료제(ex vivo)를 개발한 기업을 들 수 있다. 전 세계 최초로 인허가를 받아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Vertex Pharmaceuticals CRISPR Therapeutics카스게비(Casgevy)’가 바로 이 치료제에 해당한다. 한국 기업 툴젠이 Vertex 등에 침해소송을 제기하여 치열한 분쟁 중에 있고, 업계에서도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유형의 기업으로, CRISPR 시스템 자체를 인체에 직접 주입하여 in vivo 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직접 교정하는 방식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사업하는 기업이 있다. 성공할 경우 의학계와 시장에서의 파급력은 가장 크지만 오프타겟(off-target) 등의 이슈가 있어 기술적·규제적 허들이 매우 높은 어려움이 있다.

세 번째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이다

마지막은 유전자편집 기술을 최종 제품이 아닌,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생산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들이다. iPSC 엔지니어링 기업, 농업 기업, 연구 도구 회사, 스크리닝 기술 기반 기업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들 비즈니스의 가장 큰 특징은 최종 결과물에 CRISPR 시스템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전자가위는 공정 과정에서 특정 유전적 특성을 도입하거나 제거하는 도구로만 쓰이고, 최종 제품(동물, 식물 등) 자체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농작물 및 동물의 품종 개량, 질환 동물 모델 개발 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3. 유전자편집 기술 관련 특허의 특수성

CRISPR 기술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 연구개발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CRISPR 사용 역시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기술의 단순성 때문에 외려 시간이 흐를수록 진보성 등의 특허요건을 충족하지 못 한다고 판단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때문에 유전자가위 기술은 점차 다양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지만, 후발 기업으로선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유전자편집 기술에서의 특허 활동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로 정리할 수 있다.

 

플랫폼 특허의 거대한 특허 장벽이 존재한다

시장의 초창기를 지배했던 BroadUC Berkeley 등의 '기본 CRISPR' 특허들은 매우 두터우면서도 촘촘한 아주 강한 특허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Base Editing, Prime Editing 등 차세대 플랫폼 기술을 끊임없이 도출하며 장벽의 높이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gRNA 설계 플랫폼과 대규모 스크리닝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단순한 유전자가위 자체뿐 아니라 데이터 설계 방법과 그 결과물을 보호하려는 특허 전략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데이터 및 AI 기술이 새로운 유전자편집 플랫폼의 새로운 경쟁 우위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흥미로운 트렌드는 특허 풀(Patent Pool)’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다. 유전자편집 산업의 규모 때문인지, IT 업계에서 볼 수 있었던 이러한 추세가 유전자가위 분야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특허 풀이 구축되면 플랫폼 특허의 활용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gRNA 서열 회피는 쉽고, (genus) 특허 보호는 어렵다

대부분의 기업은 독특하고 새로운 유전자를 편집 대상으로 타겟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대상 유전자에 대해서 가장 효능이 좋은 gRNA를 도출해내는 방법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gRNA에 대한 특허나, 스크리닝한 모든 gRNA 서열에 대한 권리화를 희망하기도 한다.

만약 해당 gRNA 서열 그대로를 치료제로 인허가를 받아 시장에 제품으로 내놓는 것이라면, gRNA 서열을 특허로 보호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단순히 실험으로 도출한 gRNA 서열 자체에 대한 특허는 회피가 너무 쉽다. 동일한 표적을 인식하면서도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대체 서열을 갖는 gRNA 설계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gRNA(genus) 특허권확보도 어렵다. gRNA 서열은 통상의 프로그램/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유전자별로 아주 쉽게 도출할 수 있다. 그래서 각 국 특허청에서는 서열 자체만으로는 진보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해당 서열의 예측하지 못한 효과를 함께 제시했을 때에만 그 해당 서열에 한해특허성을 인정해주고 있다. 따라서 개별 gRNA 서열 자체보다도 목적하는 기능, 스크리닝 방법, 후보군 선별 전략 등을 고민하여 권리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유전자편집 결과물에는 CRISPR 시스템의 구성이 없을수 있다

유전자편집 기술의 또 다른 특수성은 최종 결과물에 CRISPR 구성이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CRISPR가 유전자편집 도구로써 기능하기 때문이다. 편집 후 CasgRNA가 제거되거나 분해되는 경우, 최종 제품은 특정 유전적 변형을 가진 세포 또는 생물학적 산물로만 존재한다. 농업이나 세포 엔지니어링 영역에서는 이 특성이 더욱 뚜렷하다.

이러한 경우 기업은 당연히 이러한 결과 산물 중심으로 특허 활동을 해야 한다. 결과물의 구조, 기능, 표현형, 유전형 등을 중심으로 권리화를 해두어야 시장에서 내 제품을 보호할 수 있고, 침해하는 자에게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제품 자체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청구항을 단순히 CRISPR 사용 공정에 한정하기보다 최종 결과물의 구조적·기능적 특징을 중심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4. 비즈니스를 위한 특허 전략 및 활동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IP 상황 속에서 CRISPR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 어떤 특허 전략을 세워야 할까? 기업의 개별적인 상황에 맞추어 세밀한 전략은 달라져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다음 5가지 가이드라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플랫폼 특허를 피해가려는 ''을 버려라

유전자편집 기술 비즈니스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환상은 “CRISPR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편집하겠다는 컨셉에 관한 기초 플랫폼 특허를 다 피해가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모한 우회 전략을 찾기보다는, 기존 플랫폼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우리가 이걸 이용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시장에서 원하는 효과를 어떻게 낼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비즈니스적으로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실제 사업화 단계에서는 자사 특허 확보 여부와 별개로 유전자가위 원천 플랫폼 특허, 전달체 플랫폼 특허, 제조공정 플랫폼 특허 등에 대한 실시 가능성(Freedom To Operate)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둘째, 비즈니스 대상이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하고 들여다봐라

특허 전략은 비즈니스에 사용되는 제품과 서비스에서 출발해야 한다. 개발한 플랫폼 기술로 라이선스 아웃을 할 것인지, CRISPR 기술을 이용하여 특정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비즈니스에서 사용하는 최종 결과물에 맞추어 특허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판매하는 제품이 실제 환자에게 투여되는 세포인지, 특정 형질을 가진 농업 결과물인지, 편집된 세포주인지 등에 따라 특허로 중요하게 보호해야 할 대상이 달라진다.

 

셋째, (치료·제조)방법 특허를 우습게 보지 말아라

흔히 물질 특허가 가장 강하고 방법 특허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물질 특허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오산이다. 편집 방식, 제조 공정, 품질 관리, 투여 프로토콜 등에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 경우도 많고, IND 문서 등에 치료방법이나 제조공정을 필수로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방법 특허도 꽤 활용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툴젠이 미국에서 Vertex Therapeutics에 대해 침해 소송을 제기한 근거가 되는 등록 특허도 ‘Casgevy 제조 공정에 대한 특허권이다. 특히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는 제조공정과 품질관리 전략이 규제 승인 과정에서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므로, 방법 특허는 단순한 권리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넷째, 딜리버리(delivery) 도구를 잘 선택해라

최근 유전자편집 기술의 핵심 전장은 전달 기술 분야다. 유전자가위가 아무리 좋아도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일한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더라도 어떠한 전달체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효능, 안전성, 적응증 확장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LNP(지질나노입자), 신규 바이러스 벡터 등 어떠한 딜리버리 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구도가 완전히 바뀐다. 매력적인 전달 기술은 거대 플랫폼 기업과의 협상이나 라이선싱 활동에 있어 매우 유용한 레버리지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전달 기술은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니라 기업가치와 협상력을 결정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섯째, 사업 실시에 있어, 라이선스 인(License-in)을 기본 전제해라

첫째 가이드라인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플랫폼 특허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처음부터 안고 가야 할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 원천 플랫폼 특허나 필수 전달체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 인(License-in)을 비즈니스의 '기본 전제(default)'로 세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적법한 라이선싱 비용과 조건을 사업 계획서에 반영해 두고 주요 시장에서의 특허 리스크와 라이선스 필요 여부를 검토한 후, 보유 기술의 장점 및 특징을 부각시키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원천권자들과 크로스 라이선싱(Cross-Licensing) 등 협상을 도모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유전자편집 분야에서는 원천 플랫폼 특허 이슈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후발 기업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사업 환경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개별 기업의 예외적인 리스크라기보다 산업 전반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에,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얼마나 좋은 효과를 가진 매력적인 기술인지”, “시장에서 원하는 기술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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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CRISPR 비즈니스를 위한 특허 전략


5. 결론

유전자편집 기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분야이다. 플랫폼 기업은 기술 자체와 후속 플랫폼을 팔고, 치료제 기업은 편집 결과를 제품화하며, 도구 기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CRISPR를 사용해 또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사업모델이 구별되는 순간, 특허도 더 이상 하나의 동일한 전략이 통할 수 없다. 단 하나의 특허만으로 이 시장을 독점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유전자편집 분야의 특허 경쟁은 '누가 CRISPR를 발명했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CRISPR를 이용해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가'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후발 기업일수록 원천기술 확보 경쟁보다는 특정 적응증, 전달 플랫폼, 제조공정, 데이터 확보 등 자신만의 경쟁영역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은 원천 플랫폼 특허 장벽을 인정하되 제품, 제조, 전달체, 적응증, 데이터 등 자사의 경쟁우위가 존재하는 영역에서 독자적인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유전자편집 산업에서 특허는 기술을 보호하는 수단을 넘어 비즈니스 전략 그 자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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