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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P Special] CRISPR 특허분쟁의 핵심: 발명(Invention)의 우선권(Priority)​_최소희(아테온바이오(주))
2024-06-26


CRISPR 특허분쟁의 핵심: 발명(Invention)의 우선권(Priority)


최소희 대표이사, 아테온바이오㈜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편집 특허의 우선권(Priority)은 12년 전인 2012년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CRISPR 특허 우선권으로부터 12년이나 흘렀음에도 CRISPR 관련 특허분쟁은 해결이 되지 않고 다수의 이해관계인 간의 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더욱이 2023년에 CRISPR를 이용한 첫 번째 치료제가 영국에서 승인되며, CRISPR 기술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이 현실화되고, 특허소송을 피하기 위한 라이선싱 협의가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 CRISPR 치료제가 여러 개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CRISPR 기술에 대한 특허분쟁은 끝이 안 보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CRISPR 특허분쟁을 둘러싼 수많은 이슈 중에서 이 글에서는 미국 특허심판원인 PTAB(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의 결정에서 발명(Invention)의 우선권(Priority)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First-to-Invent와 First-to-File


CRISPR 특허분쟁은 여러모로 세기의 분쟁이라 할만한 많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미국 특허법의 개정 시점이다. 2011년 개정된 미국 특허법(AIA: the Leahy-Smith America Invents Act)이 2013년 3월 16일 시행되면서 미국은 선발명주의에서 선출원주의(First-Inventor-to File)로 변경되었다. 


여기서 선출원주의(First-to-File system)는 동일한 발명이 여러 개 출원되었을 경우 먼저 ‘출원’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제도이고, 선발명주의(First-to-Invent system)는 출원일과는 관계없이 먼저 ‘발명’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즉 2013년 3월 16일 이후의 미국 특허는 선출원주의에 따라 먼저 특허를 출원한 사람에게 특허권이 부여되고, 2013년 3월 16일 전에 출원된 미국 특허는 선발명주의에 따라 먼저 발명한 사람에게 특허권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CRISPR 특허 출원인들은 개정된 AIA가 아닌 기존 특허법에 따라 선발명주의에 의해 우선권을 결정하게 되어, 누가 발명을 먼저 했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Broad Institute, CVC(University of California-Berkley, University of Vienna, Charpentier), 툴젠의 특허출원인이 AIA가 시행된 2013년 3월 16일 이전이기 때문에 선발명주의에 의한 저촉심사(interference)에 의해 PTAB 또는 법원에서 누가 발명을 먼저 했느냐를 다투게 되었다. 



2. 우선권 (Priority)


미국은 빠르게 출원일(우선권, priority)을 확보하기 위해 가출원(Provisional Application)을 먼저 진행하고 12개월 이내에 본출원(Non-provisional Application)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가출원은 명세서를 규정된 서식에 따르지 않고 논문, 포스터, 연구노트, 보도자료 등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성해서 제출하여도 되기 때문에 가출원으로 빠르게 출원일을 확보한 후 가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데이터를 추가하여 명세서와 청구항을 작성해서 정식으로 본출원을 할 수 있다. 


한국도 2020년 3월 특허법 개정으로 임시명세서 제도를 도입하여 가출원을 공식화하였고, 임시명세서 도입 전에는 청구범위제출유예제도 등을 이용하여 출원일을 확보하기 위한 가출원의 목적으로 사용하였다. 


또한, 특허는 속지주의에 의해 각국의 특허는 특허권을 획득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독립적으로 출원하고 그 나라의 특허권을 취득하여야 해당국에서 독점 배타적 특허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즉 한국 특허의 권리를 미국에서 주장할 수 없고 미국 특허의 권리를 한국에서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한 번의 특허 등록으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특허를 획득할 수 있는 제도는 없고, 한국 특허, 미국 특허, 중국 특허 등 나라별 특허만 있다. 


각국의 국내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특허법에 따라 출원된 국내 특허로 해외 출원을 할 때 파리조약(Paris Convention)에 따르게 된다. 각 국가에서 특허가 출원되면 파리조약에 따라 최초출원일(Effective Filing Date)로부터 12개월 내에 개별국가 각각 특허출원을 할 수 있고 이때 우선권(Priority)은 최초출원일이 된다. 


CRISPR 특허분쟁에서 CVC의 최초 특허의 우선권 출원일은 2012년 5월 25일이고, 툴젠은 2012년 10월 23일, Broad Institute는 2012년 12월 12일이다.



3. 발명 (Invention: Conception and Reduction to Practice) 


미국 특허법에서 발명은 발명의 착상(Conception of the Invention)과 발명의 구체화(Reduction to Practice), 두 단계 절차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발명의 착상이란 발명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요소가 발명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상태를 말하고, 발명의 구체화는 발명을 실제로 만들어 내거나(Actual Reduction to Practice), 특허를 출원(Constructive Reduction to Practice)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미국 특허법에서는 발명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명의 착상에 기여해야 하며, 발명의 구체화에만 개입한 경우 발명자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실험에 고용된 테크니션은 논문의 저자로 기재될 수는 있으나, 발명의 착상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발명자가 아닌 것이다. 


CRISPR 특허분쟁은 선발명주의로 특허가 부여되니, 동일한 발명에 복수의 특허가 출원되면 최초의 발명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게 된다. 


CRISPR 특허분쟁의 핵심은 결국 누가 첫 번째로 eukaryotic cells에서 CRISPR-Cas9을 활용해서 유전자편집을 발명했느냐(First to “Conceive” and Reduction to Practice)를 판단하는 것이다. 


누가 처음 발명을 착상하고 구체화했는지를 증거를 통해 증명하고 처음으로 eukaryotic cells에서 CRISPR-Cas9을 활용해서 유전자편집을 발명했느냐를 판단하는 문제는 당연히 단순한 문제일 수 없다. 



4. 미국 PTAB는 어떻게 발명과 우선권을 결정했는가? 


그럼 PTAB가 Broad Institute와 CVC와의 특허 저촉심사에서 발명의 시점을 어떻게 판단하고 우선권을 결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2022년 2월 28일에 발표된 두 번째 저촉심사 결정문에서 PTAB는 eukaryotic cells에서 single guide RNA(sgRNA) CRISPR-Cas9 genome editing을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은(First-to-Conceive, Reduction to Practice) Broad Institute와 Feng Zhang 이라고 결정하였다. 


미국 특허법에서 “First-to-Conceive”는 발명에 대한 ‘Definite and Permanent’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General goal or research plan’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Specific, settled idea, a particular solution to the problem at hand‘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trial error의 실험이 아닌 confirmatory testing이어야 발명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발명자가 ‘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는 충분하지 않고 실험을 통해 reduction to practice가 되어 있어야 한다. 즉 아이디어가 있었으나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못한 경우들은 발명이 아닌 것이다. 미국 특허법은 단순한 아이디어(Idea)와 발명(Invention)의 차이를 구별한다.


CVC가 PTAB 저촉심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3월 1일에 UC-Berkely Doudna 교수의 박사후과정 연구자였던 Martin Jinek은 sgRNA CRISPR-Cas9 system에 대한 꼼꼼한 연구기록과 제3자가 서명한 연구노트를 제출하였다(Figure 1). 이 연구노트 페이지에서 Martin Jinek은 “Next set of experiment”를 해보아야 한다며 mammalian cells에서의 실험을 해보아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6월에 Daudna와 Charpentier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Science 紙에 CRISPR와 관련한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하였다. 


Martin Jinek이 sgRNA CRISPR system에 관한 연구를 기록한 2012년 3월 1일은 Broad Institute와 Feng Zhang 그룹의 발명 우선권일인 2012년 10월 5일보다 7개월이나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TAB가 eukaryotic cells에서 sgRNA CRISPR-Cas9 genome editing을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First-to-Conceive, Reduction to Practice)이 Broad Institute와 Feng Zhang이라고 결정한 가장 중요한 근거는 발명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시점을 착상한 발명이 실제로 구체화된(reduction to practice) 시점이기 때문이다. 


PTAB는 Martin Jinek의 연구노트에는 CRISPR를 eukaryotic cells에 사용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았다고 보았는데, 그 근거로 CRISPR의 eukaryotic application에 있어, codon optimization을 한 기록이나 endogeneous expression의 nuclear localization sequences를 사용한 기록 등이 없다고 보았다. 


즉, 발명의 conception이 아직 “Definite and Permanent” 하지 않아서 발명의 착상(Conception)은 있었으나 발명의 구체화(Reduction to Practice)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CVC는 2012년 3월에서 10월까지 zebrafish와 mammalian cells에서 CRISPR 실험을 진행하였으나 성공적이지 못했고 eukaryotic cells에서의 CRISPR 적용은 어떤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런 증거자료에 근거해서 PTAB는 CVC가 CRISPR의 eukaryotic cells에서 application에 대해 “Preponderance of evidence that demonstrates that they did not have a definite and permanent idea of how to achieve that result”라고 결정문에 명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Broad Institute의 Feng Zhang 교수는 Rockfeller University의 Luciano Marraffini의 sgRNA systems에 대해 전해 듣고, 2012년 7월에 CRISPR에 대한 실험을 시작하여 Chimeric RNA와 Cas9 플라스미드를 만들고 mTH knock out 플라스미드 실험 등을 진행하고 2012년 10월 5일 CRISPR의 eukaryotic cells의 application 논문을 Science 紙에 투고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PTAB는 2012년 10월 5일에 Science 紙에 제출된 논문이 eukaryotic cells에서의 첫 번째 sgRNA-CIRPSR system의 “Actual reduction to practice”로 간주하고 있다. 그에 비해 PTAB는 CVC는 2012년 10월 31일 전까지 발명에 대한 conception과 reduction to practice를 보이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 우리는 Broad Insitute vs. CVC에 대한 PTAB의 두 번째 결정으로부터 무엇을 생각해 보아야 할지 정리해 보자. 물론 CVC는 PTAB의 결정에 항고하였고, 앞으로 툴젠과 Sigma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저촉심사의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며 미국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유럽의 CRISPR 분쟁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2022년 2월 PTAB의 결정은 다시 한번 바이오산업에서 특허의 중요성과 우선권 확보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한다. 또한, 단지 특허를 먼저 출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연구노트 작성 등으로 실제 발명(Conception과 Reduction to Practice) 시기를 증명할 수 있어야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결국 세기의 분쟁도 기본을 잘 지킨 팀이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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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Martin Jinek의 연구노트 

 


 

* 본 기고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유전자편집·제어·복원기반기술개발사업수행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본 내용은 유전체편집연구지원사무국(GERC)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 인용, 발표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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